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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허지인: 금속의 정원과 대리석 침상

기본 정보
상품명 INTERVIEW 허지인: 금속의 정원과 대리석 침상
상품요약정보
Jean Huh: Metal Garden and Marble Bed
2023. 3. 30.

인터뷰어: 유현선

상품간략설명 2023. 3. 30.

허지인(@4001rakta)은 아이돌 스타일 디렉터이다. 앨범과 뮤직비디오의 아트 디렉팅과 아티스트의 스타일 디렉팅을 담당하고 있다. DJ 그룹 ‘바주카포’와 여성 창작자를 소개하는 플랫폼 ‘헤비 매거진’의 구성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작업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TEMPTATION의 콘셉트 사진 중 하나.

Q. 책, 영화, 노래에서 접한 문장 중 좋아하는 것 하나를 인용한다면?
A. 히노키 슌스케는 죽은 자의 구강에서 뽑아낸 금니와 같은 예술을 창시했다. 실용적인 목적을 엄격하게 배제한 인공낙원과도 같은 소설이었다. 여기에는 죽은 듯한 여자, 화석과 같은 꽃, 금속의 정원, 대리석 침상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폄하당한 각종 인간적인 가치를 히노키 슌스케는 집요하게 그려냈다. 메이지 시대 이래 일본 근대 문학에서 그가 자리한 위치는 어쩐지 불길한 구석이 있었다.
—미시마 유키오, 『금색』, 정수윤 옮김, 큐큐, 2022년

히노키 슌스케는 작중에 등장하는 노(老)소설가의 이름이다. 히노키 슌스케의 평론집을 가상으로 구성한 「히노키 슌스케가 쓰는 ‘히노키 슌스케론’」이라는 글 발췌했다. 등장인물이 기술했다는 설정으로 가상 인물의 작품에 대한 평론집이 소설 내에 정교하게 위치한 것도 재미있지만, 예술의 기능이나 역할에 관해 많은 고민을 하게 한 구절이기에 좋아한다.


Q. 현재의 문화 지형에서 당신의 관심을 가장 자극하는 사람이나 흐름은?
A. 홍상수. 대부분의 사람에게도 마찬가지겠지만 그의 2010년대 후반 이전 작품은 불편해서 보기 어렵다. 「오! 수정」은 최악의 영화로 꼽을 수도 있다. 하지만 2018년대 이후 작품의 연출과 개념은 상쾌하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가 신비롭다. 어떤 삶을 살고 있기에 이렇게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걸까? 현재의 문화 지형을 이야기할 때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현재의 홍상수 영화는 확실히 다르고 흥미롭다.


Q. 최근 구입한 것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A. 세레티(Seletti)의 월 램프. 이리저리 구부러진 긴 막대와 전구 사이에 참새 모형이 앉아 있다. 원래 월 램프지만, 사이드 테이블 위에 아슬아슬하게 얹어서 사용 중이다. 그게 더 보기 좋았다. 독서할 때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독서 중간중간 날아오르려는 듯한 포즈의 흰 참새 모형을 보면 그 모습이 독서라는 행위를 더욱 즐겁게 해 주는 듯한 착각도 든다. 한 가지 더, 블루마린(Blumarine)의 23SS 십자가 모양의 톱. 고전적인 십자가 실루엣과 무심한 데님 소재 믹스가 재미있다. 쇼 사진을 보고 첫눈에 반해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구입했다.

셀레티의 월 램프.

블루마린의 십자가 모양 상의.

Q. 스타일링을 위해 사용했던 의상이나 소품 중 기억에 남는 것은?
A. 남성 아티스트의 앨범 콘셉트 사진 촬영을 위해 준비했던 빈티지 웨딩드레스. 기획 업무를 주로 하는 스타일 디렉터라서 직접 발로 뛰는 일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아티스트에게 입힐 웨딩드레스가 마치 마르탱 마르지엘라의 아티산 컬렉션 피스처럼 보이길 바랐기 때문에 직접 스타일리스트와 해외 수입 빈티지 숍을 돌아다니며 구입해서 리폼했던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 있다. 아티스트가 아름다운 웨딩드레스의 본질은 유지하면서 그만의 매력으로 소화해서 기뻤다.

리폼해서 사용한 빈티지 웨딩 드레스.

Q. 어떤 순간에 본인의 탐미주의적 성향이 잘 드러나는가?
A. 아름다움을 탐닉하는 태도는 어린 시절부터 의식적으로 취해 왔다. 그렇기에 일상 대부분의 순간에서 아름다움을 찾고 느껴 보려고 한다. 일례로, 얼마 전 서울에서 진행된 프리즈를 구경할 때 미술품을 사고파는 행위에 대해서는 위시감을 느끼면서도 현장 바닥재에 미끄러지는 사람들의 발소리에서 마치 새의 지저귐과 유사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기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가까운 친구들에게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염세주의자라는 다소 모순적인 이미지로 통하고 있다.



유현선은 워크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카우프만과 파일드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 허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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