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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P ROOM『비프』에 등장한 피테르 아르트센의 「정육 가판대과 자선을 베푸는 성가족」

기본 정보
상품명 PROP ROOM『비프』에 등장한 피테르 아르트센의 「정육 가판대과 자선을 베푸는 성가족」
상품요약정보
Pieter Aertsen’s A Meat Stall with the Holy Family Giving Alms in Beef
2023. 4. 20.
상품간략설명 2023. 4. 20.

대니는 노래한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워 / 잃었던 생명 찾았고 광명을 얻었네 / 나의 결박 푸셨도다 나의 구세주 대속했네.” 대니는 리빙글로리 교회의 새로운 록스타다. 성가대는 밴드이고, 교인들은 관객이며, 설교단상은 콘서트 무대다. 무대를 빼앗긴 과거의 스타 에드윈은 관객석에 서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대니는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를 알리기 위해 노래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소리를 지르고 싶었을 뿐이다. 그 노래가 ‘어메이징 그레이스’이건 ‘하이웨이 투 헬’이건 그는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비프』 타이틀 카드.

『비프』의 공식 포스터와 1화 타이틀 카드에 등장하는 그림, 「정육 가판대과 자선을 베푸는 성가족」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16세기 네덜란드의 화가 피테르 아르트센(Pieter Aertsen, 1508–1575)이 그린 이 거대한 종교적 정물화에서 우리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것은 도살된 소와 돼지 머리, 줄줄이 매달린 내장과 기름 덩어리, 소시지, 훈제 생선과 닭, 그리고 라드 덩어리다.(비닐로 안전하게 포장되어 서늘하게 냉장 진열된 고기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 정육 가판대의 풍경은 지나치게 자극적이어서 되려 식욕을 잃을 지경이다.) 반면 ‘자선을 베푸는 성가족’은 고깃덩어리들 사이에 작게 난 창 너머 저쪽에 아주 작고 볼품없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마리아가 한쪽으로 안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는 마치 굳은 빵덩어리처럼 뻣뻣해 보이고 헤롯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도망치는 신도들의 모습은 마른 장작처럼 보인다. 피테르 아르트센은 무엇을 그리고 싶었을까. 성가족이었을까, 고깃덩어리였을까. 혹 그는 고깃덩어리를 그리기 위해 성가족을 엑스트라로 동원한 건 아니었을까. 마치 소리를 치기 위해 리빙글로리 교회 단상에 올라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외친 대니처럼.

「정육 가판대과 자선을 베푸는 성가족」.

「정육 가판대과 자선을 베푸는 성가족」의 전경.

사진: www.netflix.com, en.wikipedia.org, www.indiewi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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