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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AP BOOK

머스 커닝햄 × 레이 가와쿠보의 「시나리오」

기본 정보
상품명 SCRAP BOOK

머스 커닝햄 × 레이 가와쿠보의 「시나리오」

상품요약정보
‘Scenario’ by Merce Cunningham × Rei Kawakubo
2023. 4. 11.
상품간략설명 2023. 4. 11.

지금 ‘콜라보’에 대해 말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비판이든, 찬양이든 마찬가지다. 콜라보는 어디에나 있어서 오히려 한번도 ‘×’ 한 쪽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브랜드를 찾는게 쉬워보일 정도다. 나이키와 티파니가, 루이 뷔통과 수프림이 콜라보를 하는 시대 아닌가. 훗날 패션 역사가들은 지금을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브랜드가 브랜드를 사랑했던 시기라고.

이상적으로 말해보자면 콜라보란 A와 B가 만나 둘 중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곳에 도착하게되는 과정이다. 1997년, 머스 커닝햄과 레이 가와쿠보가 만나 「시나리오」를 탄생시켰을 때 그랬던 것처럼.

시작은 가와쿠보의 1997년 S/S 콜렉션 “Body Meets Dress, Dress Meets Body”였다. 사람들은 곧 이 콜렉션을 “덩어리 쇼”라고 부르기 시작했는데, 모델의 몸 앞뒤쪽으로 덩어리들이 제멋대로 부풀어 올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의 기분에 대해 가와쿠보는 이렇게 말했다. “패션은 매우 지루했고 저는 매우 화가 나 있었어요. 뭔가 아주 강한 것을 하고 싶었죠. 일종의 반작용이었을텐데 나는 옷 대신 몸을 디자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머스 커닝햄이 레이 가와쿠보를 협업자로 초대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지루함이라는 감정을 공유했을 뿐 아니라 신체를 변형해보고 싶다는 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가와쿠보가 「시나리오」를 위해 디자인한 옷은 댄서의 신체 비율을 제멋대로 변형하고 그들의 동작을 통제했으며 공간 속에서 서로의 거리 또한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말하자면 그녀의 옷은 의상 소품이 아닌 안무를 규정하는 조건 중 하나였다.

커닝햄은 가와쿠보의 옷을 빌려 댄스 플로어를 런웨이로, 가와쿠보는 커닝햄의 안무를 통해 런웨이를 댄스 플로어로 변형시켰다. 「시나리오」는 서로를 경유해 둘 중 누구도 가보지 못한 장소에 도착하는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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