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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OTES후지 산과 소설가

기본 정보
상품명 QUOTES후지 산과 소설가
상품요약정보
Mt. Fuji and the Novelist
2023. 6. 12.
상품간략설명 2023. 6. 12.

“어렸을 때 어떤 책에서 후지 산을 구경하러 간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두 사람 다 그때까지 후지 산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머리 좋은 사람은 산기슭에 서서 몇 가지 각도로 바라보고 ‘아, 후지 산이란 이런 곳이구나. 그래, 역시 이러이러한 점이 멋있어’라고 납득하고 돌아갔습니다. 매우 효율성이 뛰어나지요. 얘기가 빨라요. 그런데 머리가 별로 좋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 쉽게는 후지 산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혼자 남아서 실제로 자기 발로 정상까지 올라갑니다. 그러자니 시간도 걸리고 힘도 듭니다. 체력을 소모해 녹초가 됩니다. 그리고 그런 끝에야 겨우 ‘아, 그렇구나, 이게 후지 산인가’라고 생각합니다. 이해한다고 할까, 일단 몸으로 납득합니다.

소설가라는 종족은(적어도 그 대부분은) 어느 쪽인가 하면 후자, 이렇게 말하면 좀 미안하지만, 머리가 그리 좋지 않은 사람 쪽에 속합니다. 실제로 내 발로 정상까지 올라가보지 않고서는 후지 산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입니다. 아니, 그러기는 커녕 몇 번을 올라가도 아직 잘 모르겠다, 혹은 올라가볼수록 점점 더 알 수가 없다, 라는 게 소설가의 천성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건 뭐, 효율성을 논하고 말고 할 것도 없는 문제지요. 아무튼 머리 좋은 사람이라면 도저히 못할 일입니다.”

글: 무라카미 하루키, 양윤옥 옮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현대문학,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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