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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AP BOOK

핥지 말아야 할 것

기본 정보
상품명 SCRAP BOOK

핥지 말아야 할 것

상품요약정보
Things not to lick
2023. 7. 25.

글: 이동휘

상품간략설명 2023. 7. 25.

촉각은 위험한 감각이다. 대상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편 미각은 더 큰 위험을 무릅쓴다. 우리가 맛을 보는 순간 외부의 무언가가 혀와 입을 통해 신체 내부로 반드시 침입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행위예술가 창신(苍鑫, Cang Xin)의 『Communication』 연작 I–IV는 무언가에 혀를 갖다 대는 단순한 행위를 담은 사진 작품이다. 그런데 여기서 혀가 접촉하는 대상은 엄청나게 다양하다. 가위, 빗, 세제, 존슨즈 베이비 오일, 나뭇잎, 촛불, 지폐, 튤립, 반지, 골동품, 신발, 쇠사슬, 새 사체, 그리고 (오페라하우스나 콜로세움 앞의) 보도 블럭, 만리장성, 천안문 광장까지.

『Communication』 연작 I.

『Communication』 연작 II.

창신이 천안문 광장 앞을 핥으려 할 때 근처에 서 있던 경찰관이 “땅 더럽다. 일어나!”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세상에는 핥지 말아야할 것 즉 ‘더러운 것’이 정해져 있다. 그렇기에 ‘더러운 것’을 핥는 장면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그런데 핥기 즉 접촉에 대한 금기에 앞서서 접촉에 대한 거대한 욕망이 우리에게 있는 것은 아닐까? 국가(경찰), 경제(지폐), 도시(만리장성)를 포함하는 인간의 문명 전체는 접촉에 대한 욕망을 짓누르고서 발달했다. 그리고 창신의 혀는 촉각과 미각을 억압해온 현대 문명의 산물을 보란듯이 핥고 있다.

『Communication』 연작 IV.

이동휘는 워크룸 프레스의 편집자이다.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 예술, 언어, 이론』을 함께 쓰고 『게임: 행위성의 예술』을 옮겼다.

출처: https://cangxinart.com/work/photography/communication-serie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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