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여름,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는 『뉴요커』에 「에어컨 이전에는(Before Air-Conditioning)」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기사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여름의 도시는 멀쩡한 사람들마저도 ‘더우시죠?’라는 무의미한 인사를 끝없이 반복하게 만든다. 하하! 그것은 마치 세상이 땀범벅이 되어 녹아버리기 전의 마지막 농담과도 같다.” 아마 그해 뉴욕의 여름도 만만치 않았나보다.

현대적 형태의 에어컨이 처음 설치된 곳은 새켓-빌헬름스 석판 인쇄 출판사(Sackett-Wilhelms Lithographing and Publishing Company)가 소유한 브루클린 인쇄 공장이었다. 1902년 당시 이 인쇄 공장에서는 유명한 풍자 주간지 『저지(Judge)』를 찍고 있었는데, 여름마다 습기를 먹은 인쇄 용지가 늘어나고 잉크가 마르지 않는 문제로 애를 먹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는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방식을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코넬 대학교를 이제 막 졸업한 윌리스 캐리어에게 공장의 습도와 온도를 인위적으로 떨어 뜨려 달라는 의뢰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는 지금의 에어컨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네가지 기능—온도, 습도, 순환, 환기—을 제어하는 장치를 만들어 이 요구를 만족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