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가 Pre-fall 2020 룩북 사진은 중앙에 있는 사람이 프레임 바깥에 있는 사람과 물건을 주고받고 있어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프레임 속 환영을 깨뜨리고 있다. 사진을 가로지르는 워터마크는 옷뿐만 아니라 스타일링, 모델, 상황을 포함한 사진 전체가 발렌시아가가 제안하는 ‘룩’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는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즈바살리아가 그간 보여준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공동 창립한 브랜드 베트멍에서 DHL 티셔츠를 고샤 루브친스키에게 입혀 런웨이에 세우기도 하고, 발렌시아가 2022 SS 컬렉션을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배우가 레드카펫에 입장하는 장면처럼 연출하기도 했다. 마치 뎀나가 평소에 관찰한 사회 현상을 베트멍, 또는 발렌시아가의 이름으로 각색해 보여주는 듯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히토 슈타이얼은 그의 설치 작업 〈미션 완료: 벨란시지〉(2019)에서 발렌시아가 신발을 매개로 패션과 정치, 사회 문제를 다뤘다. 그리고 작업을 설치할 때 벽면 가득 발렌시아가의 이름을 변형한 벨란시지(BELANCIEGE) 워터마크로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