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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AP BOOK

선의의 반달리즘

기본 정보
상품명 SCRAP BOOK

선의의 반달리즘

상품요약정보
Vandalism With Good-will
2023. 12. 6.
상품간략설명 2023. 12. 6.

반달리즘을 구성하는 의지는 크게 두 가지다. 대상물에 대한 나쁜 의지와 본인의 선한 의지. 바미얀의 대불을 파괴하거나 도심의 건축물에 스프레이 낙서를 하거나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달리즘을 실행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거창하건 소박하건 본인의 선한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무언가를 부수거나 훼손한다. 내가 미친 놈이라서, 혹은 못돼처먹어서 그렇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두 방향에 대해 모두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반달리즘을 실천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이런 사례들에 있어 현대 스페인은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보르하라는 작은 마을에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그림 “Ecce Homo”나, 나바레의 한 교회에 있던 성 조지의 목조 조각상, 발렌시아의 한 수집가가 가지고 있던 17세기 거장 무리요의 “성모잉태화” 모두 스페인에서 벌어진 선의의 반달리즘의 사례들이다. 이중 “Ecce Homo”는 “의도치 않은 초현실주의로 사랑받는 걸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21세기를 정의한 대표작 100선에 선정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런 기이한 너그러움의 한편에는 원작 자체가 그닥 보존가치가 없는 20세기 초반 아마추어의 작업이라는 데에도 그 원인이 있었다,)

Ecce Homo.

며칠 전에는 중국 쓰촨성에 살고 있는 일군의 노인들이 1400년된 마애불을 알록달록하게 칠해놓는 사건이 벌어졌다. 마애불 덕분에 좋은 일이 많이 생겨 어떻게라도 감사의 마음을 표하려 한 선의의 결과였다. 상대방의 의사를 무시한 선한 의지를 종종 나쁜 결과를 낳는다. 이런 경우처럼 상대방이 말도 할 수 없는 경우라면 그 위험성은 배로 증가한다.

중국 쓰촨성의 마애불.

색깔이 칠해지기 전 마애불의 원래 상태.

사진: shine.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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