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복도 끝에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서 있는 창백한 쌍둥이 소녀는 「샤이닝」의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보여주는 대표 장면이다. 흰토끼를 쫓아가던 앨리스가 마주친 쌍둥이 트위들 디와 트위들 덤의 독특한 외모는 ‘이상한’ 나라의 시작을 알리는 첫 장면이다. 이처럼 쌍둥이는 똑같이 생긴 두 명의 사람이 만들어 내는 특유의 기묘한 인상으로 때로는 공포감을 조성하기도 하고, 때로는 기이한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며 이야기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다.
하지만 현실 속 쌍둥이는 공산품이 아닌 사람이기에 정확하게 똑같지는 않다. 타카하시 준은 비슷하면서 다른 쌍둥이의 특징에 위트를 더해 언더커버 SS 2004 컬렉션 ‘Languid’를 선보였다. 런웨이 위를 걸어 나오는 쌍둥이들은 같은 착장을 입고 있지만, 한 착장은 이상하게 뒤틀려 있다. 마치 녹아내린 듯한 형태의 착장은 목이 늘어나다 못해 오프 숄더가 된 스트라이프 티셔츠부터 단추 사이사이에 주름이 더해져 러플 재킷이 된 버튼 업 데님 재킷까지 기존의 옷에 타카하시 준의 상상을 더해 그가 사랑한 펑크 정신을 기묘한 방식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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