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들은 종종 스스로를 ‘광대’라 부르곤 한다. (사실 너무 뻔하고 지루한 클리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록 밴드가 스스로를 ‘서커스단’이라 칭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로 보인다. 1968년 영국의 록 밴드 롤링 스톤즈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아예 서커스단을 조직하고 이를 ‘록앤록 서커스’라 이름 붙였다. 같은 해 12월 11일과 12일, 딱 이틀 동안만 활동했던 이 서커스단의 면면은 화려하기 이를데 없다. 롤링 스톤즈는 물론이고 제스로 툴, 더 후, 마리안 페이스풀, 그리고 존 레넌과 에릭 클랩튼이 임시 결성한 슈퍼밴드 더티맥까지. (이 공연은 BBC에서 녹화 방영할 예정이었지만 믹 재거의 변덕으로 인해 공개되지 못하다 1996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공개되었다.)
『롤링 스톤즈 록앤록 서커스』.
더 도어즈의 사례는 조금 더 이상하고 아름답다. 1967년 발매된 그들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 『이상한 날들(Strange Days)』의 커버에서 그들은 본인들 대신 차력사, 저글러, 난장이, 곡예사, 연주자를 등장시켜 그야말로 즉흥 서커스 장면을 연출한다. 사진가 조엘 브로드스키(Joel Brodsky)가 촬영한 이 사진은 앨범 제목처럼 이상하고, 쓸쓸하며, 복잡하다. 스스로에 대한 사랑과 자기 연민으로 가득 차 있는 20세기 록커의 마음처럼.
『이상한 날들』.
사진: vint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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