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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AP BOOK

이것은 깃발이 아니다

기본 정보
상품명 SCRAP BOOK

이것은 깃발이 아니다

상품요약정보
Ceci N’est Pas Flag
2023. 10. 17.

글: 이동휘

상품간략설명 2023. 10. 17.

『외교관』(2023)의 주인공 케이트 와일러(케리 러셀)가 영국 대사로 일하는 런던의 미국 대사관 내부에는 실제 미국 국기 대신, 재스퍼 존스의 「깃발」(1954–1955)이 걸려 있다.

『외교관』.

“어느 밤 나는 커다란 미국 국기를 그리는 꿈을 꾸었고, 그 다음날 아침 일어나서 작업을 시작할 재료들을 사왔습니다.”(재스퍼 존스) 「깃발」은 침대 시트에 뜨거운 왁스와 물감을 섞어 발라 그려졌다. 이를 납화법이라고 하는데, 납화법은 모든 붓질과 페인트의 움직임을 그대로 보존한다. 침대 시트 위에 칠해진 왁스, 그 위에 새겨진 붓질의 흔적, 물감에 뒤섞여 있는 신문지 조각 등으로 인해 「깃발」은 어떤 공적인 상징이 아니라 존스의 터치가 만들어 낸 개인적인 사물이 된다. 마그리트의 파이프처럼, 「깃발」은 깃발이 아닌 것이다.

「깃발」.

재스퍼 존스.

부임 첫날 케이트 와일러는 관료로서의 책임과 악몽 같은 개인사 사이에서 갈등할 자신의 앞날을 예감하듯 잠시 존스의 「깃발」을 바라본다. 그녀뿐만 아니라 이 작품의 모든 주요 인물이 공적 역할과 사적인 감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한다. 말하자면 『외교관』도 ‘깃발이되 깃발이 아닌 것’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 작품에 침대와 신문이 많이 나오는 건 우연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이동휘는 워크룸 프레스의 편집자이다. 『시급하지만 인기는 없는 문제: 예술, 언어, 이론』을 함께 쓰고 『게임: 행위성의 예술』을 옮겼다.

참고: moma.org/collection/works/78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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