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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선정현: 브랜드가 아니라 활동

기본 정보
상품명 INTERVIEW선정현: 브랜드가 아니라 활동
상품요약정보
Sun Jeonghyun: Activities, Not a Brand
2024. 2. 16.

인터뷰어: 김형진

상품간략설명 2024. 2. 16.

선정현은 공간 디자이너다. 옴니디자인과 라이프스타일일공일에서 일했고 2005년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플랏엠을 설립했다. 2016년부터는 논픽션홈이라는 가구 프로젝트를 시작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Q. 책, 영화, 노래에서 접한 문장 중 좋아하는 것 하나를 인용한다면?
A. 뉴욕의 마지막 날 아침, 일어나 보니 큰 눈이 내렸다. 이제 뉴욕에 올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아쉬웠다. 세지마 씨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뉴 뮤지엄을 보러 가고 싶다고 해서 함께 눈속을 걸어갔다.
—니시자와 류에가 말하는 열린건축, 출판사 마티

너무 좋아해서 주변 친구 여럿에게 선물하기도 했던 책이다.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문장, 단락이 다 좋기 때문에 한 구절만 인용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다. 해당 인용문은 책의 서문과 중문에 해당하는 「보았다. 들었다. 읽었다」에 적힌 글이다. 뉴뮤지엄은 15년 전쯤, 내 눈으로 처음 본 SANAA의 건축이었다. 건축잡지 『아키텍처럴 레코드(Architectural Record)』 표지에 실린 사진을 인상적으로 본 기억 때문에 가게 되었다. 하지만 건축 자체는 너무 별로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였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카즈요 세지마와 니시자와 류에는 나에게 신이자 선생님, 최고의 스타다.

「LoveTrain 2020」. 사진: Julia Gat.

Q. 현재의 문화 지형에서 당신의 관심을 가장 자극하는 사람이나 흐름은?
A. 이스라엘 출신으로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엠마누얼 가트(Emanuel Gat). 처음 접한 「DUOS」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이 사람 왜지, 어떻게, 무슨 생각이지? 이후 2018년부터 매년 엠마누엘 가트 댄스의 스케줄을 따라 여러 도시를 찾아갔다. 영국 팝 그룹 티어스 포 피어스(Tears for Fears)의 음악으로 만든 「LoveTrain 2020」은 팬데믹이 끝난 2022년에 보게 되었다. 공연의 마지막에 펑펑 울어버렸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아름다워서? 댄서의 즉흥적인 플레이를 위해 만들어진다는 에마누엘의 안무를 『더가디언』은 알고리즘과 유토피아에 비유한다. 만약 스키도 문화 지형에 집어넣을 수 있다면, 스키라고 말하는 게 가장 솔직한 답일지도 모르겠다.

「LoveTrain 2020」. 사진: Julia Gat.

뉴질랜드 출신의 스키 선수 벤 바클레이.

Q. 최근 구입한 것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A. 아크테릭스의 로 하이브리드 인슐레이티드 바텀(Rho Hybrid Insulated Bottom)과 아톰 풀오버(atom pullover). 스키와 달리기에 집중하고 싶어 구입했다. 다리가 춥지 않게 아웃도어 활동을 할 수 있다니! 하지만 정작 스키는 12월에 딱 한 번 탄 게 전부다. 1월에 심한 감기에 걸린 이후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지냈다. 대신 요즘엔 매일 출퇴근용으로 입고 있다. 겨울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지만 추위는 힘들다.



Q. 2016년 논픽션홈을 시작했으니 벌써 햇수로 8년이 되었다. 논픽션홈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가.
A. 논픽션홈은 2016년 무작정 시작한 가구 ‘활동’이다. 브랜드라고 말하면 쉽겠지만 우리는 늘 논픽션홈은 브랜드가 아니라 ‘활동’이라고 말하곤 한다. 나 자신도 그 두 단어의 차이가 뭔지 정의하긴 어렵긴 하지만. 작년에 시인이자 도미노프레스 대표인 박세미를 만났을 때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건축 총서에 관해 이야기를 해주며 그중 한 권으로 논픽션홈을 소개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얼마 전 세미 씨에게 논픽션홈 소개 문구를 아래와 같이 써서 보냈다.

디자이너의 자유로운 활동, 디자인 과정의 순수한 즐거움을 느끼고 표현하는 활동으로 가구를 디자인하고, 공간에 설치하는 방식
여기 쓴 것처럼 나에게 논픽션홈은 디자이너의 순수한 즐거움을 위한 디자인 활동이고 놀이에 가깝다.

Q. 공간과 웹은 전혀 다른 매체지만 사라지기 쉽다는 공통점도 있다. 어제까지 멀쩡히 접속되던 홈페이지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것처럼, 많은 공간이 만들어졌다 사라진다. 작업했던 곳 중 사라져서 정말 아쉬웠던 공간은 무엇이었나. 그리고 절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공간은 무엇일까.
A. 몇 주 전 2019년에 작업한 카페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섭섭한 마음은 당연한 거고, 그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스스로 질문(또는 성찰?)을 하게 된다. 잘한 작업이었을까? 작업을 의뢰한 사람의 입장에 서서 대답해 보자면 의뢰인에게 항상 어느 정도는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공간이 사라지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새로운 공간은 항상 생겨난다. 며칠 전 한남동에 갔는데, 가게가 생기고 사라지는 수준이 아니라 처음 보는 건물과 거리가 생겨났더라. 지금 서울은 새로움을 향해 가는 것일까? 절대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을 공간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 개인적으로는 홍대 앞에 있던 카페 수카라와 창성동에 있던 워크룸의 1층 사무실이 사라진 게 가장 아쉽다.

김형진은 워크룸과 워크룸 프레스, 카우프만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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