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의 양쪽 끝에 팽팽하게 달린 네 개의 현과 밑에 달린 굴곡 진 울림통을 안전하게 이동하기 위해 단단한 소재로 만든 케이스에 넣어 운반한다. 케이스는 직사각형도 있지만 바이올린의 형태와 비슷하게 곡선으로 만든 것도 있다. 하지만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처럼, 바이올린 케이스에 든 물건은 때때로 바이올린이 아닐 수도 있다. 물건을 보호할 수 있는 내구성과 당연히 악기를 담고 있을 것 같은 위장술은 무언가를 몰래 운반하기에 최적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레옹』에서 마틸다는 레옹의 총을 몰래 옮기기 위해 바이올린 케이스에 넣어서 들고 간다. 어린 소녀가 들고 있는 바이올린 케이스처럼 안전해 보이는 수단은 없을 것이다. 『데스페라도』의 엘 마리아치는 기타 케이스를 들고 다니며 음악가인 척을 한다. 하지만 기타 밑에는 수많은 총알과 총이 정렬되어 있다. 펑크 록 밴드 ‘소셜 디스토션’의 「Machine Gun Blues」 뮤직비디오는 갱스터 영화의 전형적인 문법을 차용했는데, 은행에서 구두를 닦고 난 한 남성이 갑자기 그의 기타 케이스에서 총을 꺼내 난사한다. 이처럼 목숨을 건 갱스터 사회에서는 악기 케이스의 존재만으로도 위협이 될 수 있다.

술을 금지하는 종교 국가에서는 바이올린 케이스를 술을 운반하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케이스 안쪽에 술병과 잔 형태의 지지대를 만들어 유리가 깨지지 않도록 설계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바이올린 바(bar) 케이스가 가장 잘 팔리는 물건 중 하나다. 무언가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는 사람들이 더욱 하고 싶게 만드는 자극이 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