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티 스미스를 한 마디로 설명하기란 힘든 일이다. 펑크록 뮤지션으로 알려졌지만 동시에 시인이며, 화가이고, 70년대를 상징하는 스타일 아이콘이기도 했다. 그녀는 패션 디자이너 앤 드뮐미스터의 뮤즈이며 무엇보다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소울메이트였다. 이 모든 것은 1975년 그녀가 발표한 데뷔 앨범 『호시스(Horses)』로부터 시작되었다.

스스로 “코드 세 개짜리 록과 언어의 융합”이라 묘사한 『호시스』는 음악적으로도 그렇지만 앨범 커버의 스타일면에서도 완벽하게 혁신적인 작업이었다. 로버트 메이플소프가 자연광 아래에서 찍은 패티 스미스는 그때까지 그 어떤 여성 뮤지션도 보여준 적 없는 모습이었다. (바워리가의 구세군 매장에서 구입한) 얼룩 하나 없는 흰 셔츠, 풀어 헤쳐진 타이, 어깨에 대충 걸쳐진 검정 재킷 그리고 빗지 않아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머리. 심지어 그녀의 윗 입술 위엔 약간의 수염 자국이 있었는데, 아리스타 레코드의 대표였던 클라이브 데이비스는 다른 건 몰라도 이 수염자국이라도 지우자고 제안했지만 패티 스미스는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그녀는 자신의 이런 모습에 대해 프랭크 시나트라, 보들레르, 랭보 혹은 장 주네를 떠올리고 연출한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지금 『호시스』의 커버 사진을 보는 누구도 이들을 떠올리지 않는다. 우리가 보는 건 패티 스미스와 렌즈 너머 그녀를 지켜보는 로버트 메이플소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