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새로운 물건들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보통 미워하고 열광하다 무관심해지는 단계를 밟는다. 하지만 걔 중엔 미움과 열광을 동시에 받는 것들도 있다. 셀카봉도 그 중 하나다. 셀카봉이 미움 받는 이유를 열거하는 건 어렵지 않다. 나르시즘, 보여주기식 문화, 오버투어리즘. 열광하는 이유도 단순하다. 쉽고 효율적이고 무엇보다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사용하는 방식의 셀카봉 프로토타입은 1980년대 초반 미놀타 카메라를 봉에 장착해 사용한 ‘텔레스코픽 익스텐더’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당시엔 이를 아무도 진지하게 여기지 않았고, 1995년엔 『일본의 쓸모없는 발명품 101가지』에 실리기도 했다. 스마트폰이 아닌 카메라를 얇은 봉 끝에 붙였으니 이를 사용하려면 꽤 튼튼한 팔 근육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후 세계의 발명가들은 내가 찍는 나의 모습을 담기 위한 장치를 끊임없이 고안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 스마트폰과 봉을 연결한 ‘다축 전방향 촬영 확장기기(multi-axis omni-directional shooting extender)’라는 긴 이름의 장치가 출시되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셀카봉이 완성된 것이다.

셀카봉은 나오자마자 세계(특히 아시아) 사람들을 사로잡았고 이에 대한 미움과 열광의 감정 또한 폭발했다. 『타임』은 셀카봉을 2014년 최고 발명품 25개 중 하나로 꼽았지만 『뉴욕 타임즈』는 가장 논쟁적인 선물 리스트에 셀카봉을 추가했다. 같은 해, 『블룸버그』는 반드시 구입해야할 품목으로 셀카봉을 추천했지만 일부 사람들은 ‘나르시스틱(Narcisstick)’, ‘나르시즘 봉’이라 부르며 셀카봉 들고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경멸을 감추지 않았다. 급기야 『애틀랜틱』지는 핵무기와 함께 절대 발명되지 말았어야할 물건으로 셀카봉을 언급하기도 했다. 핵무기라니, 비교 대상이 지나치긴 했지만 뭐, 이해 못할 말도 아니긴 하다.

사진: finance.yahoo.com